한국과 중국은 언어, 음식, 의복 등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주거 형태 또한 기와를 사용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요. 하지만 전통 가옥은 그 나라의 기온, 민족의 특성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한국의 한옥과 중국의 사합원도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국의 한옥과 중국의 사합원을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합원이란?
사합원은 중국의 대표적인 주거형태입니다. 한나라 때 화북지방에서 발달하기 시작하여 한족과 함께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갔으며 기본 구성은 중정을 중심으로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북경 사합원의 특징
북경의 사합원은 네 동의 건물이 중정을 중심으로 “ㅁ”자 형태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집 가장 안 쪽 남쪽에 배치된 건물이 집의 중심이 되는 정방(正房)이고 정방 앞쪽 좌우에 상방(廂房)이라는 건물이 배치됩니다. 그리고 정방의 정면에 길을 따라 길게 도방(倒防)이 있습니다. 정방은 최연장자가 거처하는 곳으로 정방 중앙의 방에는 조상의 위패를 모시고 있으며 거실로 사용되는 곳입니다. 좌우의 상방은 기타 가족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동쪽이 상위로서 윗사람이 거주하게 됩니다. 도방은 하인과 손님이 거처하는 곳입니다.
한국의 한옥 vs 중국의 사합원
한옥과 사합원을 비교하는 것은 가옥의 형태와 함께 양국의 문화적인 측면을 비교하는 것과 같습니다. 집은 단순한 건물이기 전에 그 지역의 특징과 문화가 녹아있기 때문이지요. 한국과 중국은 문자 방면에서는 한자, 종교 방면에서는 유교, 불교 등을 공유하며 같은 문화권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더 깊숙이 들어가보면 한국과 중국은 특성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주거 형태에서도 그 차이가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한옥과 사합원을 비교해볼까요?
개방 vs 폐쇄
사합원은 매우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중국은 오랜 시간 동안 외부로부터의 침략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격동의 시기가 많았던 만큼 집 또한 방어적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한옥은 담이 매우 낮습니다. 한국 역시 외부의 침략이 있었지만 중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사회가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옥과 사합원의 안으로 들어가볼까요? 외부 침략 요소가 아닌 사회적으로 비교해 보았을 때 중국인은 마음을 여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한 번 마음을 열게 되면 매우 친한 사이가 됩니다. 사합원은 겉으로는 폐쇄적인 구조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면 개방적인 공간입니다. 사합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만 일단 들어가게 되면 중정을 중심으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한옥은 유교의 남녀유별 사상이 적용되어 개방적인 사랑채와 폐쇄적인 안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같은 집에 사는 가족끼리도 남녀의 접촉이 금지되어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집의 구조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였습니다. 반면에 중국은 개방적인 가옥 형태로 여성의 사회적 불평등이 약한 편입니다.
자유 vs 대칭
사합원은 정면 출입구를 제외하고는 건물의 배치가 완벽한 대칭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반면에 한옥은 자유로운 모습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중국의 궁궐인 자금성 역시 완벽한 대칭 구조이며 주축선은 도성으로 계속 이어져 나가는데 이것은 황제가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위계질서는 사합원의 구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조당이 있는 정방을 가장 높게, 그 외의 건물은 이보다 낮게 짓는 것입니다.
반면 한옥의 경우 대부분의 안채와 사랑채가 크기에 차이를 가지지 않습니다. 지면의 높낮이에 따른 높이에 차이만 있었을 뿐입니다. 집도 자연의 일부라는 관념이 강하였기 대문에 인공적인 성격을 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독립 vs 공유
사합원에서 중정을 중심 주변 건물들은 담과 건물의 벽을 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다. 반면에 한옥에서 중요한 건물은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사합원은 방어의 개념에서 출발하였기 대문에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을 외벽에 붙여 지은 것입니다.
반면 한옥은 주거의 개념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은 사방을 트이게 짓습니다. 이는 대청과 같은 구조가 발달하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청은 여름을 나기 위한 공간으로 통풍이 중요한 요소인데 앞뒤가 개방된 구조여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한국의 한옥과 중국의 사합원 모두 그 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가옥이자 각 국가의 전통과 사상이 담겨있는 고유한 유산입니다. 비슷해 보이는 한옥과 사합원이지만 나라별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행을 가서 그 나라 혹은 그 지역의 전통 가옥을 자세히 살펴보는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것입니다.